작업 끝내고 컨테이너를 반납했는데, 며칠 뒤 수리비 청구서가 도착하는 일이 있습니다. 금액은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벌어지고, 청구서에는 손상 부위 이름과 금액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나오는 질문은 대체로 세 가지로 모입니다. 왜 우리한테 청구되는가, EIR이라는 서류는 어디를 봐야 하는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컨테이너 수리비 청구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고, 무엇을 확인해야 다툴 여지가 생기는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컨테이너 수리비는 이런 경로로 청구됩니다
컨테이너는 선사 자산입니다. 화주는 운송 기간 동안 빌려 쓰는 것이고, 반납할 때 빌려간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전제입니다.
반납된 컨테이너는 데포에서 상태 검사를 받습니다. 손상이 확인되면 선사가 지정한 수리업체가 견적을 내고, 선사는 그 금액을 화물 관계인에게 청구합니다. 청구 대상은 계약 구조에 따라 화주가 되기도 하고, 컨테이너를 실제로 운행한 운송사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수리비 청구를 인코텀즈로 판단하려는 경우입니다. FOB 조건인데 왜 수출자가 부담하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인코텀즈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비용과 위험이 어디서 넘어가는지를 정하는 계약 조건입니다. 컨테이너라는 장비를 누가 어떤 책임으로 사용하는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선하증권에 붙은 운송조건과 약관이 정합니다.
그래서 목적지에서 수하인에게 청구가 가고, 수하인이 다시 출발지 수출자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계약이 겹쳐 있는 것이지, 청구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EIR은 두 장을 비교해야 의미가 생깁니다
EIR은 Equipment Interchange Receipt, 장비 수도증입니다. 컨테이너를 주고받을 때 그 시점의 상태를 기록하는 서류입니다.
중요한 것은 EIR이 두 번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 반출 EIR — 데포에서 공컨테이너를 가져갈 때
- 반납 EIR — 작업을 마치고 돌려줄 때
수리비 분쟁은 이 두 장을 나란히 놓는 순간 대부분 방향이 정해집니다. 반출 EIR에 아무 기재가 없는데 반납 EIR에 손상이 적혀 있으면, 그 손상은 사용 기간 중에 생긴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반출 EIR에 이미 같은 부위가 기재되어 있었다면 청구 근거가 약해집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승부는 청구서를 받은 시점이 아니라 컨테이너를 픽업하는 시점에 갈립니다. 데포에서 EIR에 서명하기 전 외판 찌그러짐, 도어 뒤틀림, 바닥 파손, 도어 실링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기재를 요구해야 합니다. 서명한 뒤에는 "받을 때 이미 그랬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각서에 서명했다면 다툴 폭이 좁아집니다
자가운송이나 자선운송을 하는 경우 선사에 각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문구를 확인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각서 양식에 따라 "EIR 기재와 관계없이 손상에 대한 수리비 전액을 지불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조항에 서명한 상태라면 EIR 비교만으로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각서는 부킹할 때마다 새로 쓰는 서류가 아니라 거래 초기에 한 번 제출하고 계속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우리 회사가 어떤 조건에 서명해두었는지는 한 번 확인해둘 만합니다.
청구를 받으면 이 자료들을 요구하세요
금액만 적힌 청구서로는 판단이 불가능합니다. 다음 자료를 요청하면 대부분 회신됩니다.
손상 부위 사진 — 부위가 식별되는 사진이어야 합니다. 전체 사진 한 장만으로는 손상 정도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반출 EIR과 반납 EIR 사본 — 앞에서 설명한 비교의 핵심 자료입니다. 두 장을 모두 요구해야 합니다.
수리 견적 내역 — 부위별로 항목이 나뉜 것을 받으세요. 총액만 적힌 견적서는 과다 여부를 볼 수 없습니다.
수리 완료 자료 — 실제 수리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자료 요청 자체가 이상한 행동이 아닙니다. 청구하는 쪽도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하므로, 정상적인 절차로 처리됩니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입니다
반출 시점에 이미 있던 손상 — EIR 비교로 확인됩니다. 가장 명확한 근거입니다.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 — 컨테이너는 반복 사용되는 장비이므로 표면 긁힘이나 도장 벗겨짐 같은 것은 통상 마모로 봅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마모이고 어디부터가 손상인지는 선사 기준과 검사원 판단이 개입하는 영역입니다.
견적 금액의 과다 — 같은 부위에 대해 다른 수리업체 견적과 차이가 큰 경우입니다. 이 주장을 하려면 부위별 내역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감액 협의가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금액을 다투기보다 분할이나 일부 조정을 요청하는 쪽이 결과가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처리하는 쪽 사정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수리비 건은 요청을 받는 담당자 입장에서도 즉답이 어려운 유형에 속합니다.
손상 확인과 견적은 데포와 수리업체에서 이루어지고, 담당자는 그 결과를 전달받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사진 좀 보내주세요"라는 요청이 오면, 담당자가 직접 갖고 있는 자료가 아니라 데포에 다시 요청해서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 이틀 걸리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해외 지점에서 발생한 건은 더 걸립니다. 현지 데포 확인, 시차, 회신 대기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감액이 필요한 금액대라면 상위 승인 절차가 하나 더 붙습니다.
회신을 재촉하기보다, 처음 문의할 때 부킹번호와 컨테이너번호, 반납 데포와 반납일자를 함께 적어 보내는 편이 실제로 더 빠릅니다. 이 정보가 없으면 답변 대신 되묻는 메일이 먼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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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오는 질문
해외에서 발생한 수리비를 국내에서 정산할 때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 있나요
발생지와 정산 주체, 거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국내 사업자 간 재화·용역 공급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라면 세금계산서 발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액이 큰 건이라면 처리 전에 세무 담당이나 관세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운송사가 손상을 냈는데 왜 우리가 받나요
선사는 계약 상대방에게 청구합니다. 운송사가 원인이라면 화주와 운송사 사이에서 정산하는 구조가 됩니다. 자가 배차인 경우 특히 이 문제가 생기므로, 운송 계약에 장비 손상 부담을 어떻게 정할지 미리 넣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청구서를 받고 며칠 안에 답해야 하나요
기한은 선사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자료 요청은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데포 사진이나 검사 기록을 다시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픽업할 때 확인할 것
수리비 청구는 사후에 다투기보다 발생 자체를 줄이는 쪽이 훨씬 쉽습니다. 데포에서 컨테이너를 받을 때 다음만 확인하면 대부분의 분쟁이 사라집니다.
- 외판 네 면과 도어에 찌그러짐이나 구멍이 있는지
- 도어가 정상적으로 닫히고 잠기는지, 실링 고무가 찢어지지 않았는지
- 바닥판이 젖어 있거나 파손된 부분이 없는지
- 이상이 있으면 EIR에 기재된 뒤에 서명
사진을 몇 장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 다툴 일이 생겼을 때 날짜가 찍힌 사진 한 장이 EIR 기재보다 설득력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문은 컨테이너 운송 실무를 기준으로 정리한 참고 자료입니다. 청구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는 선사·데포·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므로, 실제 처리 전에 해당 선사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세무 처리에 관한 부분은 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